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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

타이어 펑크 낸 범인을 잡아라!

  4월 22일 오전, 아버지가 깨우신다.
  10박 11일간의 태국, 홍콩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터라 여독이 남아 아침 늦게까지 자고 있었다.
  아버지는 간밤에 누가 내 차 오른쪽 앞바퀴와 뒷바퀴에 송곳 같은 것으로 구멍을 내 놓았다고 한다. 이 동네에 15년 이상 살면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화를 내신다. 좀 다혈질인 성격이시라 나까지 화를 내면 더 할 것 같아 대수롭지 않은 듯 아버지를 달랬다.
  그런데 바로 이틀 전에도 아버지 친구 분도 같은 일을 당했다고 하신다. 구멍을 낸 곳도 똑같이 타이어 회사 로고 글자에다가.

펑크난 나의 애마 스포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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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었다. 최근 내가 사는 빌라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있다는데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아마도 그 사람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그 사람이 사는 우리 빌라의 동 호수 옆에 주차해 둔 차에 이틀 건너 같은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칠순 나이에 일을 그만두시고 집에서 소일하시는 아버지는 동네 어른들과 호형호제하며 지내다 보니 동네 소식을 잘 알고 계셨다.
  그런데 오랫동안 자동차 운전을 업으로 하고 사셨던 아버지는 타이어 2짝 값이 36만원은 할 것이라며 돈이 아깝다고 하신다. 갑자기 돈 얘기가 나오니 나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그 범인을 잡기 위한 프로젝트에 나선다.
  CCTV를 설치하려고 잘 안 쓰던 VTR의 녹화 기능을 점검하고, 오래된 공비디오테이프도 찾아 내었다. AV 케이블을 찾고, 연결하여 최종 점검도 해 보았다. 물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적외선 감시 카메라도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용산에서 10m짜리 AV 케이블 연장선도 구매했다.
  내 차는 범인에게 경고의 의미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은 채 잘 보이도록 바람 빠진 곳을 사람들이 잘 보이는 쪽으로 세워 두었다. 카메라를 설치할 곳도 물색해 두었다.
  카메라만 도착하면 타이어를 갈아 끼고 타이어가 터진 곳에 일주일 동안 차를 세워 두려고 한다.
  잡히기만 하면 타이어 값에, CCTV 설치 비용을 합해 그 10배를 물어내라고 할 것이다.
  도대체 같은 동네에 살면서 그런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
  오늘 낮에는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순찰 중에 발견했는데 내 차에 펑크난 것을 알고 있냐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지문 감식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볼멘 소리에 열심히 수사하겠다는 의지 대신에 꼭 그렇지는 않다며 그런 사실만 전해 주려고 전화했다며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는다.
  경찰도 CCTV에 찍힌 범인을 설마 그만 두지는 않겠죠?
  타이어에 구멍을 내며 느꼈을 그 사람의 쾌감이 비굴한 사죄와 후회의 눈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ManualJedi ^v^